가격만 있을 뿐, “기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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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만 있을 뿐, “기술은 없다”
  • 오세원 기자
  • 승인 2010.09.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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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 가격경쟁 속속 합류…기술경쟁 “옛 과거로”최근 턴키·대안입찰시장을 들여다보면 경실련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해 온 ‘턴키(설계·시공일괄)·대안입찰 폐지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경실련은 지난해 11월 당시 “턴키·대안입찰은 낙찰률이 55~60% 수준인 가격경쟁방식보다 낙찰률에서 30%포인트(약 85~90%) 높아 예산이 낭비되는 제도이다”며 “특히 최저가방식 즉, 가격경쟁 방식에 비해 참여기업간 가격담합이 쉽고, 자금력이 취약하고 설계심사위원에 대한 로비능력이 낮은 중소업체들의 참여기피에 따라 대형건설업체들에게 특혜가 돌아가는 불합리한 제도이다”고 밝히고, 턴키·대안입찰을 즉각 폐지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관련 건설업체들은 “민간의 창의력을 통해 건설기술발전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킬 수 있는 제도가 턴키제도”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에 대항해 왔다.
그러나 최근 턴키·대안시장 빅5 건설사간 상호 신뢰 관계에 금이 가면서 가격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을 볼 때 경실련이 이 입찰제도와 관련 가격담합, 예산낭비, 부패유발 등의 원인제공자라는 주장과 왠지 맞아 떨어지는 기분이다.
특히 그동안 (턴키·대안)이 시장을 주도했던 특정업체가 원칙에 입각한 영업 전략을 구사하면서 ‘턴키·대안공사 낙찰률 90%이상 보장’이라는 딱지가 떨어졌다.
뒤집어 말하면 그동안 변칙을 통해 높은 낙찰률을 보장받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 7월 대안입찰 방식이 적용된 단양수중보 건설공사를 삼부토건은 설계평가에서 4위를 기록했으나, 가격개찰에서 예가대비 53.32%에 투찰, 시공권을 따냈다.
현대건설은 지난 8월 턴키방식의 강변북로 확장공사 입찰에서 다른 경쟁사들 보다 10%포인트 가량 낮은 투찰률로, 이 공사를 가져갔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연장(다대구간)건설공사 6공구 입찰에서는 설계평가에서 SK건설이 상대사인 대우건설과 삼성건설을 앞섰으나 대우건설이 무려 추정금액 대비 62.00%에 투찰하면서 종합평가에서 설계점수 열세를 뒤집었다.
또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923공구 턴키입찰에서는 코오롱건설이 설계평가에서 수위를 차지했지만 대림산업이 예산액 대비 63.78%에 투찰해 수주에 성공했다.
상대사들도 70%대라는 턴키에서 찾아보기 힘든 낮은 투찰률로 입찰에 응했다.
이는 최근 70%내외의 최저가낙찰제의 낙찰률과 낮거나 엇비슷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입찰 전문가는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탄키·대안시장에서 관행적으로, 그리고 암암리에 이루어졌던 신뢰 관계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며 “특히 턴키대안입찰이 부패의 온상으로 크게 부각되면서 자성의 형태가 자칫 역공의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됐다”고 밝혔다.
한편 건설공사 물량난으로 경쟁이 과열되면서 기술경쟁의 요체인 턴키·대안입찰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저가 수주가 반복되고, 최저가공사보다 낮은 낙찰률이 연이어 나오면서 턴키·대안 입찰방식은 더 이상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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