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파는 건설업계에 그치지 않고 설계용역업계에까지 이어져 일부 중소규모 건축설계사무소들은 존폐의 위기에 몰려있다.
중견 건축사사무소를 운영중인 A건축사 대표는 “최근 2~3년 사이에 경기침체와 맞물려 그나마 진행 중이었던 일(설계용역)들도 중단되기가 일쑤”라며 “중소사무소로서는 아파트가 메리트가 컸는데 주택경기 침체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 그마저도 물량이 다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정은 소위 ‘메이저 설계사무소’도 마찬가지다.
메이저사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대규모의 공동주택 설계시장이 주 먹거리로 매출 비중이 컸는데 경기침체와 맞물려 물량이 크게 감소함으로써 중소설계사무소 영역까지 침범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반면, 중소설계업계는 메이저사들의 시장 침범으로 상대적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하고 있는 것.실제로 최근 건축설계업계에서 작품성 있는 건축물로 건축가로서의 자부심과 명맥을 이어가던 B건축사사무소는 80명이 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직원 5명의 소규모 설계사무소를 4년째 운영중인 K씨(52세)는 생존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일환으로 최근 개발사업 시행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K씨는 “설계만으로는 사업을 지속해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같은 신생 소형 설계사무소들은 수주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예전에는 인맥으로라도 간간히 일거리를 학보 명맥을 이어왔지만 요즈음은 일거리가 없으니 인맥도 다 소용이 없다”며 “그러나 사실 시행업무를 하려고 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설계업무만 해오던 직원들의 반발도 있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월급은 밀리지 않고 있지만 언제 그렇게 될지 막막하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최근 ‘사무실이 문을 닫아’ 졸지에 실업자가 된 R씨(35세)는 “작은 사무실에서 큰 사무실로 옮기는 것이 보통인데 요즘은 큰 사무실에서도 인력 보강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며 “이제 8년차인 나도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현상은 ‘건축계 새싹’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건축학도들의 설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취업난으로 졸업을 한 학기 연기한 Y군(26세)은 “5년이나 학교를 다녀서 졸업해도 사회에서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며 “이제는 열정만으로 설계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고 말해 씁쓸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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