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달 7일 하도급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중소건설업계의 고통경감 및 서민경제 활성화 방안’에 따라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했다.
한마디로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란 종합 건설업체(이하 일반업계)와 전문 건설업체(이하 전문업계)가 컨소시엄을 이루어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종전의 발주처-종합건설-전문건설의 하도급 관계가 아닌, 하도급자인 전문건설업체가 원도급자의 지위를 갖고 공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부와 전문건설업계는 이로 인해 불공정 하도급 관행이 줄고 다단계 하도급에 따른 시공비용의 감소를 막아 공사의 질을 높이고, 각종 체불과 대금지급 어음지급 사례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대상 공사 범위는 2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이며, 서울시는 지난 달 말 ‘홍은예술창작센터 조성공사’를 비롯해 5개 사업을 우선 시범사업으로 선정, 이 방식으로 발주하고 시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한 후 점차 확대·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제도가 적극 시행되면서 일반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는 확연한 입장差를 보이고 있다.
일반업계, “불법 하도급 막을 수 없다”일반건설업계는 “‘주계약자 공동도급제’가 재하도급, 저가하도급 등 불법·불공정하도급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으며, 이 방식으로 발주해 전문건설업자에게 직접시공의무를 부과하더라도 전문건설업자들의 관행이 변하지 않는 한 불법하도급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오히려 건설공사는 대부분 공종별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전문공종별로 공동수급체를 구성할 경우, 하자발생시 구성원간 하자책임구분이 더욱 불분명해져 분쟁발생의 소지가 커지며, 시설물의 최종 사용자인 국민에게 막대한 불편과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공기지연 및 시공의 효율성 저하로 시공물의 품질확보가 곤란해 부실공사 위험도 늘어날 수 있다”면서 “지역별로 종합과 전문 간 업체수 및 적격심사 평가요소별 만점업체수 불균형으로 종합건설업체가 공동수급체를 구성할 수 없어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지난해 16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총 29건 총 542억원의 관(官)급공사에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로 발주, 시범 적용중이다.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 오병선 부장은 “지난해 시범운영 시 주계약자와 부계약자의 공동발주 방식을 해보니 오히려 부계약자의 시공비율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로 인해 주계약자의 업무인 전체 공사의 계획·관리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부계약자를 컨트롤하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오 부장은 또, “전문건설업체는 하도급만 하던 기존의 시스템에서 원도급자 지위가 돼 공동수급체로 운영 되다보니 협력적인 부분에 있어 부족한 면이 나타났다”고 밝히고, “전문건설업체는 원도급자로 격상된 만큼 상호 협조적인 문화적 성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 부장은 그리고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방식을 시행함으로써 “부계약자는 내 것만 하면 된다는 식의 공사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연관된 공종과 시공과정에서 유기적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계약자는 부계약자가 관리·조정의 지시상황에 적극 호응을 하지 않아 애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계약자는 대관업무와 건설공사 현장의 민원 등을 원만히 진행하기 위해 관리비용이 필요한데 이러한 비용처리 반영이 안돼 있다”며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나타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를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확대하고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회계예규 ‘주계약자 공동도급 운영요령’을 별도 제정했다.
1월 12일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시행과 동시에 적용·실시된 예규는 “일반건설업계가 지난 연말부터 이 제도의 우려사항을 건의했고, 그 내용 중 일부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예규의 내용에 따르면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공동경비에 대해 구성원의 분담금액을 공동수급협정서에 명시토록 해 공동경비 부담을 명확하게 했다.
그리고 종전 3년에서 최근 5년간 업종별 실적으로 평가하는 시공기준평가 기준을 완화하고, 주계약자의 계획·관리·조정권한을 강화했다.
이밖에 발주자는 공동수급체 구성원간 하자구분이 분명하도록 공종구분 및 시공분담해 입찰공고에 구성원수를 명시하도록 하고, 구성원 자신의 시공부분은 각자 책임지고 하자구분이 불분명한 부분은 연대책임지도록 했다.
종합건설업체는 지역별 전문건설업체 부족으로 짝짓기가 힘들어서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다.
일반건설업계는 행정안전부에 시공경험·경험상태평가 만점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예규 개정안을 수차례 건의했고, 지난 달 29일부터 전문건설업체의 공사수행능력 만점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주계약자 공동도급 운영요령 개정안’이 적용되고 있다.
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 박근교 건설정책실장은 “특히 종합건설업체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협력업체를 두고 있는데, 공사수행능력 만점기준인 전문건설업체를 새로 찾아서 일을 해야하다보니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품질이나 납기가 장담이 안된다”고 밝혔다.
또 “지방의 중소종합건설업체의 타격이 가장 크다”며, “지방은 공사수행능력 만점기준 전문건설업체의 수가 매우 적어, 대형전문건설업체가 물량을 독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서는 이 제도 전면시행 후 서울메트로와 서울특별시 도시기반시설이 10여건을 발주했고, 그 이후에는 발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알려졌다.
박 실장은 “조만간 서울시에서 ‘중소건설업계의 고통경감 및 서민경제 활성화 방안’의 세부지침 16개가 마련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전문업계, 전면시행 ‘대환영’전문건설업계는 현재의 발주-종합-전문 생산방식의 개선요구를 끊임없이 제기해온 만큼, ‘주계약자 공동도급제’의 전면시행에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건설지원실 이상돌 부장은 “건설업의 생산방식이 발주자-원도급자(종합건설업자)-하도급자(전문건설업자)단계로 이루어지게 됨에 따라 원도급자는 발주자로부터 공사를 수주해도 직접시공하지 않고 중간 이윤만 차지한 후 시공을 전담하는 전문건설업체에게 하도급을 주는 건설도급방식이 30년 이상 지속되어 왔다”며 “이에 따라 하도급업체 선정시 부조리가 발생, 이와 관련한 비자금 조성과 공사대금 감액, 미지급 및 장기어음 지급 등의 각종 부정과 부조리가 만연돼 왔을 뿐 아니라 공사비 부족으로 인한 부실공사 발생과 원도급업체 부도 시 수많은 하도급업체의 연쇄도산 및 이에 따른 영세 건설근로자의 생계위협 등 많은 사회문제와 부작용을 불러왔었다”로 밝혔다.
이 부장은 또, “정부에서도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불공정거래 행위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큰 성과가 없었고, 이 행위를 발생케 하는 주요 요인은 원도급자에 대항해 실태조사에 제대로 응하는 전문건설업자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원도급자 지위 참여로 불법·불공정 하도급거래에 따른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고, 적정공사비 확보 및 공사대금 적기수령으로 품질제고 및 공사채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수직적 종속관계에서 수평적 협력관계로의 전환으로 종합·전문간 상생협력 강화를 가져올 것이다”고 기대했다.
더불어 “공사대금 직접지급으로 자금흐름 투명화를 가져와 건전한 거래관행이 확립되고 나아가 건설시장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어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제도로써 선진화된 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해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 제도의 시범·실시한 효과로 “발주기관이 전문건설업자에게 공사대금을 직접 지급함으로써 인건비·장비임차료 등의 체불 및 어음지급 사례가 사라졌고, 기존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단일 직접시공 구조로 개선함으로써 불공정 하도급 관행이 줄어들었으며, 하도급자 선정에 따른 부정·비리 등이 해소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의 하도급자인 전문건설업체가 계약상대자의 지위로 직접 시공에 참여토록 해 다단계 하도급에 따른 시공비용의 감소를 해소함으로써, 공사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부실시공이 방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 1999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주(主)계약자형 공동도급제’의 도입방안을 마련해왔으나 그동안 실효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 이르러 기반이 마련된 만큼, 제도 전면시행으로 올 건설시장의 파급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오마이건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