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3단체 통합, ‘나만의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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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3단체 통합, ‘나만의 짝사랑’
  • 임소라 기자
  • 승인 2010.03.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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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점 찾지 못한 채 낯 부끄러운 “밥그릇싸움” 인상 짙어수년간 공들였던 건축 3단체 통합이 끝내 물거품이 됐다.
그 동안 대한건축사협회와 한국건축가협회, 새건축사협의회는 가칭 대한민국건축사협회’라는 이름으로 3단체 통합작업을 꾸준히 물밑에서 진행해 왔다.
지난해 통합논의가 본격화 된 뒤 건축 3단체 통합은 건축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으나, 각 협회 내부 의견 조율에 실패하면서 협회 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후유증만 남기는 꼴이 됐다.
3단체 통합의 실질적 키(key)를 잡고 있는 대한건축사협회는 지난달 정기총회에서 통합을 골자로 하는 정관변경에 대한 투표를 실시했으나 참석 대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 처리됐다.
이로써 3단체 통합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게 건축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하지만, 통합 정관 승인에 실패한 대한건축사협회(회장 최영집)와는 달리 한국건축가협회(회장 김창수)는 통합 정관 변경안건을 지난달 26일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한국건축가협회 관계자는 “대한건축사협회의 통합 진행여부에 따라 조건부 승인했으며 이에 대한 내용은 이사회에 일괄 위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건축사협의회(회장 이필훈) 한 관계자는 “3단체 통합은 공공을 위한 일이지 개인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다”며 “개인의 이익과 활동영역이 좁아진다는 이유로 통합에 실패한다면 훗날 부끄러운 일이 될 것” 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현재 대한건축사협회는 공인 자격증을 취득한 건축사들을 주축으로 건축사법에 따라 국토해양부에 속해 있다.
반면 한국건축가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단체로 소속회원도 건축가, 대학교수 등 다양한 직종의 非건축사 회원들도 가입해 있다.
그리고 새건축사협의회는 대부분의 회원이 건축사들로, 교수 등 非건축사 회원들은 ‘특별회원’ 자격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단체의 통합이 이루어지면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양부처의 이중등록이 이루어지게 된다.
현재 한 개 이상의 정부부처에 소속되어 있는 단체는 없다.
이에 대해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대한건축사협회 일부 대의원들은 3단체가 통합될 경우 ‘건축사’를 위한 협회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것은 물론 협회업무 또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건축사 단일 구성이 아니기 때문에 갈등과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것.반면 통합추진위원회측은 “협회는 항상 건축사를 중심으로 활동할 것이며 통합을 통해 건축사협회로서의 역할이 강화되고 교수와 학생들을 아우르는 협회가 될 것”이라며 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다.
건축사만의 모임만으로는 공공성을 바탕으로 하는 법제 활동에 제약이 따르고 非건축사들은 실제적인 건축계를 대변하기 어려운 집단이므로 이들 단체가 통합되어 건축계의 외양을 넓히고 사회적인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취지이다.
건축계 일각에서는 각 협회 별 설립목적 자체가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달라 통합의 이유가 없고 통합이 이루어진다 해도 의견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생업이 걸려있는 ‘건축사’들과 교수 등 학계의 非건축사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것.그러나 통합을 추진하는 각 협회 집행부는 건축사단체가 이익단체가 아닌 전문가단체로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축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닌 공공을 위한 서비스로서 그 질을 향상시켜 좋은 건축물을 사회에 공급하기 위한 일이라는 것이다.
정기총회가 끝난 후 대한건축사협회 최영집 회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통합안 부결에 대해 “이번 기회가 시대적으로 풀어야 할 숙명적 시기다”며 “(대의원들의 반대의견에 대해)대의는 인정하나 변화를 수용하기가 아직은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사실 건축 3단체 통합에 대한 논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 당시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이었던 한명수 前 회장과 한국건축가협회 변용 前 회장, 새건축사협의회 이필훈 現 회장이 합의서를 작성하기 훨씬 전부터 각 단체간 물밑작업이 진행되어 온 것은 물론 그 후로도 수차례의 좌담회와 토론회 및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 각 협회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내부 생존권’을 놓고 밥그릇싸움을 하고 있다.
이번 건축사협회의 통합 정관이 부결된 데 대해 한국건축가협회나 새건축사협의회는 앞으로 대한건축사협회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통합의 키를 쥐고 있는 건축사협회 정기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이상 더 이상 통합에 대한 논의는 없을 것으로 보여 지지만 오랜 시간 검토해 온 만큼 향후 각 단체가 어떤 행보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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