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경색된 건설업계가 원자재 가격 폭등, 미분양 급증 등으로 줄도산이 이어지는 상황에 연이은 업체의 부도설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보기 드문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정부와 한나라당이 잇따라 부동산 규제완화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8월, 9월 위기설 등 각종 흉흉한 소문만 시장에 나돌고 있다.
또 최근 한나라당에서는 추석을 전후해 건설사들이 대거 도산할 것이라는 ‘9월 위기설’까지 들고 나와 건설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흥수 부원장과 현대건설 천길주 상무를 통해 ‘건설산업 위기극복 방안’에 대해 진단해 본다.
■ 건설산업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김흥수 부원장건설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건설사들은 주택 분양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발적으로 분양가와 옵션 가격을 낮추고 대금 결제조건을 완화하는 등 손해를 보고서라도 팔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입지측면에서 유리하거나 분양가격이 매우 낮은 아파트를 제외하고 시장은 이미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위주로 바뀌었다.
공공부문에서는 정부예산 10% 절감정책에 의하여 기술경쟁보다는 가격위주의 낙찰자 결정방식을 표명한 MB 정부의 정책지향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조사, 그리고 대중적 여론에 밀린 국책사업의 지연으로 건설업계가 느끼는 어려움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건설산업을 이대로 방치하기에는 건설사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경제상에 있어서도 비용이 너무 크다.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건설산업은 경제발전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여했다.
SOC 구축을 통해 우리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었고, 주택사업과 도시개발을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였다.
이 밖에 중요한 성과는 해외건설을 통해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다는 점이다.
건설산업은 오일쇼크, IMF 등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구원투수가 되어 왔다.
작금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도 건설산업에 거는 기대가 매우 높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건설투자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었고 작년에는 18.2%였다.
단일산업으로서는 가장 큰 비중을 가진 셈이다.
선진국의 건설산업 비중이 8-10%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IT, BT 등 첨단산업이 대중의 전폭적인 관심을 받으며 성장하는 와중에서 건설산업이 10% 대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건설산업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취업유발 효과 면에서도 건설업은 10억원을 투자하면 18.7명의 취업을 유발시켜, 제조업의 12.1명, 전 산업평균 16.9명보다 높고, 생산유발효과도 1단위에 1.98로서 제조업 1.97, 전 산업평균 1.68보다 높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기존 취업자의 임금은 계속 높아지나 신규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달리 건설업의 취업유발효과는 산업의 특성상 높을 수밖에 없다.
건설업은 지역균형발전효과, 생산유발효과, 고용효과 등 지역경제 차원에서 중요성이 크다.
건설산업은 타 분야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90조원에 달하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뿐만 아니라, 건자재, IT, 교통, 에너지 등 연관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건설산업은 외형적인 측면에서만 비대해졌을 뿐 그 내역을 들여다보면 초라하다.
건설기술력이 취약하고, 경직적인 생산체계, 규제 위주의 비효율적인 건설제도, 부패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하지 않고는 고비용 저효율의 산업구조를 벗어날 수 없고, 건설업체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탈출하기 어렵다.
건설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건설업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 및 자재조달시스템을 개선해야한다.
또한, 마케팅·디자인·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선진 프로젝트 금융기법을 도입하며, 우수인재를 양성하는 등 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건설 수주를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환율이나 유가, 자금조달과 관련된 해외공사 리스크 관리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현재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 확대 논의를 유보하고, 대형공사가 가격위주의 낙찰제로 변질되는 것을 보류해야 한다.
선진국 입낙찰제도는 VFM(value for money)을 추구하고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생애주기비용(life cycle cost)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로 혁신을 추진중이다.
MB 정부에서 단기적으로 공사비만 절약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최선이라는 생각은 막대한 유지관리 비용과 긍정적인 외부성(externalities)이 발생하는 공공건물의 특수한 측면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향후 한국의 입낙찰제도는 설계와 기술중심의 낙찰제로 회귀해야하며, 건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업계의 경영악화를 감안해 시공 중인 공사의 원활한 계약금액 조정을 해야 한다.
미 발주 공사에 대해서는 설계가격 재산정을 통해 정적공사비를 보전해야한다.
또한 지방 중소건설업체 지원을 위해 소규모 건축물의 BTL 공사를 재정사업으로 발주하고, 중소업체의 PF사업 참여방안을 강구해줄 필요도 있다.
주택·부동산 분야에서는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해 고가주택 기준을 상향하고 금융대출 규제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한다.
이와 같이 정부 및 건설업체 그리고 국민적인 차원에서 합심하여 현재의 건설업체의 위기를 극복해야한다.
건설업의 위기는 관련된 인력, 전략, 조직, 제도, 기술혁신 등 다양한 관점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산업이 어려울수록 각계각층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건설 이대로 가다가는 침몰한다천길주 상무최근 우리 주변의 경제 여건은 우리를 매우 우울하게 하고 있다.
불투명한 현재의 경제 상황에 답답하고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국민들의 마음은 그저 혼란스럽기만 하다.
100달러를 훌쩍 넘어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국제 유가, 곡물을 비롯한 기초 원자재 가격의 급등, 9% 대에 육박하는 시중 금융권의 고율의 대출 금리,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예상 경제 성장률 등 어느 하나 속 시원한 구석이 없다.
그러면 건설업계는 어떠한가? 스테그플레이션이라는 상황까지도 조심스럽게 예견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건설업계는 앞날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과 위기의식으로 대책 마련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철근을 비롯한 건설 자재 가격은 이미 폭등을 했으며 국제 유가 급등으로 건설 장비의 운행과 건설 자재 수송이 막대한 차질을 빚어 건설 현장은 그야말로 악전고투를 하고 있다.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 회사, 이제 그만 접어야겠네. 한 평생을 건설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요즘 같이 어려운 적은 없었네. 동고동락한 직원과 직원 가족들을 생각하니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답답해서 정말 미칠 지경 일세” 한 평생 건설업을 꾸려온 고향 선배의 넋두리에 필자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라고 그 흔한 위로의 말 한마디도 건넬 수가 없었다.
선배의 절박한 심정에는 그 흔한 위로의 말조차 오히려 사치스러운 수식어로 비춰질까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건설은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 마다 한국 경제의 구원 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아니 구원 투수가 아니라 주전 투수로서 맹활약을 해왔다.
불황의 늪으로 빠져 들 수도 있는 세계 경제 상황에 동조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 예측 역시 매우 불안하고 불투명하다.
이러한 우리 경제 여건에 건설업이 또다시 선봉에 나서 큰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이제 정책 당국은 부조리와 비리의 온상이라는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건설 산업이 국가 경제를 이끌어 가는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비효율적인 각종 제약과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주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건설 산업에 투입 될 수 있도록 세제를 비롯한 적극적인 금융 정책들을 도입해야 한다.
해외 건설 시장에 진출한 건설업체들에게는 세제 및 수출 금융 지원 등 각종 지원책들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기술 경쟁력을 갖춘 건실한 건설업체들이 제대로 평가 받고, 이렇게 평가받은 업체들이 경제 활성화의 첨병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책을 정책 당국은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길만이 어려움에 처한 한국 경제와 한국 건설을 동시에 살리는 방안이 될 것이다.
정부 정책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당국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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