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대안제도가 도입된 1996년 이후 2002년까지 극소수의 대형건설업체들, 즉 당시 빅5건설사가 턴키·대안시장을 독점했다.
빅5 대형건설사들의 시장점유율 90%를 넘었으면, 결국 턴키시장에서 소외었던 중견건설사들의 불만을 사게 된다.
결국 중견건설업체들은 연명으로 턴키제도의 문제점을 들어 폐지건의를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하게 되었고, 이것이 시민단체들에게 발목을 잡히는 발단이 되었다.
일부에서는 중견건설사들이 제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를 자초했다는 비난의 목소리이다.
당시 턴키제도 폐지를 적극 나섰던 업체들은 최근 몇년간 턴키시장에서 황금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2년 중견건설업체들의 폐지건의안을 살펴보면 얼마나 세부적으로 요목조목 턴키제도의 부당성을 주장했는지 알수 있다.
이 건의안에 따르면 우선 턴키·대안 공사에 입찰하고자 하는 건설업체는 한 프로젝트 당 수십억원에 달하는 설계비를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중견건설업체는 탈락시 설계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극소수의 대형건설업체들의 전유물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와 함께 극소수의 대형건설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은 공공공사 입찰에서 턴키·대안 입찰공사의 확대에 따른 시장 축소로 최악의 수주난을 겪고 있으며 전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금은 오히려 턴키·대안공사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과중한 설계비 부담의 해소와 과다설계를 만회하기 위한 수익 확보를 위해 극소수의 대형건설업체들은 높은 낙찰률로 수주할 수밖에 없게 되어 심각한 국고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설계 심의과정에서에서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의혹 그리고 전문성에 관한 시비 등 각종 문제점이 끊임없이 야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건설 기술개발에 매진해야 할 심의위원과 업체 종사원들 모두들 부패와 타락의 온상으로 유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아니라 턴키·대안공사의 장점으로 설계기술력 향상이 자주 거론되고 있으나 이는 설계용역업체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 실제로 시공업체의 설계기술력 향상에는 공염불이 되고 있다고 당시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턴키·대안입찰공사의 확대는 시장 확대에 따른 이익 증가를 바라는 설계업체들의 이익과 합치되는 것으로서, 지속적인 턴키·대안공사의 참가로 인해 연결된 소수의 대형 설계업체들과 대형 시공업체들간의 고리 관계는 결국 턴키·대안입찰공사를 그들만의 잔치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들 중견건설사들은 건의서 말미에 “이상과 같은 현행 턴키·대안 입찰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전 건설업체가 불요불급한 곳에 노력과 비용을 낭비하고 기본과 원칙이 훼손되는 우를 범할 것이 아니라 Global 경영체제 하에서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업계의 뜻을 모아 턴키·대안 입찰제도의 폐지를 건의 드리오니 검토 후 적극 반영해 주기 바란다”는 문구를 빼놓지 않았다.
○제2의 대전 화약고…“한반도 대운하 주도권” 쟁탈전2002년 턴키전쟁은 빅5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간의 이중적 구조의 전쟁이었다면 ‘한반도 대운하 주도권’ 쟁탈전은 전입가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5위 빅5 대형건설사와 6-10위권 대중형건설사, 그리고 11-20위 중대형건설사와 21위 이하 중형건설사간 그룹별 주도권 경쟁을 보이고 있다.
일찌감치 빅5 대형사는 현대건설을 주축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운하 사업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여기에 소외감을 느낀 6-10위권 대중형건설사들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자칫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도 하나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6-10위 그룹으로 결집할 것으로 전망되었던 11-20위 중대형건설사들이 최근 빅5그룹과 맞잡았으며 21위 이하 중대형건설사들 마저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호남·충청운하 사업을 노리고 있어 대운하 주도권 쟁탈전을 갈수록 치열할 전망이다.
따라서 대운하 사업권 쟁탈전은 1-5위 그룹과 손잡은 11-20위 그룹의 연합군과 6-10위 그룹과의 진검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2002년 턴키전쟁 당시 턴키폐지론을 주장했던 건설사들이 다수 포함된 11-20위 업체들이 당시 적대 관계였던 빅5 건설사들과 손을 맞잡았다는 게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턴키 빅6 건설사에 포함되기도 했었던 SK건설은 6-10위 그룹의 주간사를 맡았으며 1-5위 그룹과의 버거운 싸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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