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공공시장에 존재하는 비대칭 정보(Asymmetric Information) 하에서 꼭 필요한 스크리닝(Screening)을 사실상 포기한 채 투찰 가격에 의해서만 낙찰자를 결정할 경우,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격만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것은 모든 입찰자들의 기술능력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는 것이며, 이 경우 입찰자에 대한 질적 평가가 배제되면서 부적격한 업체가 낙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최저가낙찰제도 하에서는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기술력이 없는 업체가 전략적인 저가 투찰을 통하여 수주하여 연명하고, 또 다른 부실한 업체가 순차적으로 저가 수주함으로써 기술력이 있고 우량한 업체는 수주를 못해 우선적으로 퇴출되는 역설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시장실패로 나타날 수 있다.
최저가낙찰제로 인해 정부에서는 일정부분 예산을 절감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으나, 입찰자간 과당·출혈경쟁으로 인하여 예상되는 현실적 폐해가 중소업체에까지 확대되면서 더 큰 사회적 문제점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무리한 저가 낙찰에 따른 폐해가 납품업체, 장비임대업체, 하도급업체 등에 파급되어 연쇄적 기업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비용 절감을 위한 편법·위법·탈법행위 증가로 공공시설물 생산의 사회적 비용이 증대된다.
저가 하도급이 늘어나면서 부실시공의 개연성이 높아지고, 시설물 안전에 대한 위협요인이 증가된다.
근본적으로 최저가낙찰제는 가격경쟁보다 기술경쟁을 중시하고 있는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가격 위주의 입찰제도는 국내 건설업체의 기술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이는 우리나라 건설업의 국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국내의 가격경쟁시스템에 익숙해질 경우 해외의 기술경쟁 위주의 입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공공사 입찰에서는 건설산업 내에서 기술력있는 업체를 우대하고, 옥석(玉石)을 가리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격만을 가지고 경쟁을 유도하는 최저가낙찰제는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며, 선진국에서와 같이 가격과 기술력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는 입·낙찰제도가 요구된다.
최저가낙찰제 폐지 및 향후 대안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가격경쟁보다도 기술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공사발주 및 입·낙찰 제도를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시장에서 우대받을 수 있도록 공공공사 입·낙찰 제도를 정비해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특히 발주자 측에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입찰자의 계약이행능력이나 기술력 평가를 강화하는 등 보다 우수한 입찰자를 선별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근본적으로 일정규모 이상 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경직적인 규제이며, 공사 특성에 따라 다양한 입·낙찰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특정 금액을 기준으로 특정한 입·낙찰 방식을 강제하고 있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발주자의 판단하에 프로젝트 유형이나 특성에 따라 적합한 입·낙찰 방식을 선별해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300억 미만 공사에서는 지방중소업체의 참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여 적격심사낙찰제를 적용하여 최소한의 공사원가를 보장하되, 계약이행능력과 가격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낙찰자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300억원 이상 공사에서는 일본의 종합평가낙찰제나 구미의 최고가치(Best Value)방식을 벤치마킹하여 가격 이외에 기술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적격심사방식이나 최저가낙찰제(저가심의방식), 기술제안입찰, 턴키, 대안입찰, 브릿징(Bridging) 방식, 2단계 입찰(Two-step Bidding), 실비보상방식(Cost-plus-fee), 협상에 의한 방식(Contracting by Negotiation), 인센티브방식 등 다양한 입·낙찰방식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발주자에게 재량권을 부여할 필요성이 있다.
이 가운데 최저가낙찰제는 단순한 시공기술이 적용되는 대형 공사를 중심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며, 입찰자의 기술력을 밀도있게 검증하는 체계를 갖춘 후, 저가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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