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종합·전문·설비업계 공동기획]‘헌법소원’까지 간 중처법 논란 총정리-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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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종합·전문·설비업계 공동기획]‘헌법소원’까지 간 중처법 논란 총정리-上
  • 오세원 기자
  • 승인 2024.04.1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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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희망 "헌재, 헌법소원 심판회부 결정...헌법 합치여부 적극 살핀다"
중소건설사“기업 말살 정책 안된다...21대 국회에 마지막 호소
50인 미만 적용 유예 5월 끝물 처리 ‘희망가’ 불러본다

지난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 및 공사금액 50억 미만 건설현장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은 종합·전문·설비건설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슈다. 관련 업계는 소규모 사업장의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며 여야 원내대표 면담, 수십차례 설명서 발표, 국회 결의대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2년 유예”를 간절하게 외쳤지만 중처법 유예는 결국 무산됐다. 급기야 종합·전문·설비건설업계 등 중소기업계는 중처법의 불명확성, 과도한 처벌 규정 등을 이유로 유예 연장을 요구하며 사실상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 주도로 ‘헌법소원심판 청구’라는 칼을 빼들었다. 그 결과 어제(17일) 헌법소원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가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는 결정을 했다. 회부 결정은 심판 청구가 적법한 것으로 중처법 내용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일부에서는 제22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유예가 물 건너갔다”는 탄식의 소리가 흘러나오지만, 몇일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 야당과 추가적인 논의와 협의를 통해 재추진에 적극 나선다면 유예의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태다. 중소기업계는 21대 국회에 마지막 호소한다. 이에 본지는 중처법이 왜 2년 유예돼야 하는지, 종합·전문·설비건설업계의 간절한 목소리를 담아봤다.<편집자 주>

지난 2월 14일 중소건설단체 및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주최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에서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오마이건설뉴스
지난 2월 14일 중소건설단체 및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주최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에서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오마이건설뉴스

중처법의 탄생 = 중처법은 사망사고 또는 2인 이상이 6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당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는 법안이다.

2022년 1월 27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 시행됐고, 올해 1월 27일부터는 5인이상 50인미만 사업장에 적용됐다.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법에 대한 대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소규모 사업장의 폐업 속출, 근로자들의 일자리 상실 등이 발생할 것이라며 2년 추가유예안을 요구했다.

“중대산업재해 감축이라는 정책 기조에 발맞춰 사업주의 의무가 하나 둘 늘어나나 싶더니, 어느새 경영계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정도경영으로 수십년 한국 경제에 이바지 해왔건만, 하루 아침에 인명사고를 방치한 범죄자로 전락할 위기다. 중처법 시행, 반기업 정서로 가득찬 현대판 마녀사냥의 막이 올랐다”면서, 경영계가 제정에 강력 반대했던 이 법은 지난 2018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던 중 안타깝게 숨진 고(故) 김용균 氏의 어머니가 올린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 동의가 10만 명을 넘기면서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중처법은 지난 2021년 1월 8일 국회를 통과, 지난 2022년 1월 1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다만,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유예기간이 주어져 올해 1월 27일부터 본격 적용됐다.

헌제는 어제(17일) 종합·전문·설비건설업계 등 중소기업들이 지난 1일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헌제는 어제(17일) 종합·전문·설비건설업계 등 중소기업들이 지난 1일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유예 한목소리 왜 = 중처법 적용을 2년 추가 유예하자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현재 뜨거운 감자다. 경영계는 적극 찬성을, 노동계는 절대 반대를 각각 외치며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물론 경영계 또한 재해발생률을 낮추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자는 노동계의 의견에 깊이 공감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지금의 중처법은 범법자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정부와 중소기업계는 중처법 현장 안착을 위해 노력해 왔다. 정부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안전투자 혁신사업 등 산재예방 지원사업 신설하며 예산규모를 2020년 4,198억원에서 2023년 1조1,987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했다. 중소기업계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62회에 걸쳐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전국 순회 설명회를 개최(약 5,000개사 참여)했다.

그럼에도 불구, 중소기업중앙회에 조사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 80.0%가 ‘아직 준비 못했다’, 85.9%가 ‘유예기간 연장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 못한 이유 1위는 ‘전문인력 부족’(35.4%)으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정부 컨설팅을 받거나 설명회에 참석해도 이를 이해하고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인력을 채용하려 해도 대기업 등에서 안전 전문인력을 대거 채용해 중소기업은 구인난이 심각하고, 인건비 부담도 심각한 수준이다.

50인 미만 사업장 수가 70만개소에 달하다 보니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정부 컨설팅은 올해 2월에서야 1만6,000개소에 한해 지원되고 있어 전체 50인 미만 사업장 수(70만개소) 대비 2.2%에 불과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의 핵심 판단 기준인 위험성평가는 지난해 5월 고시 개정되어 현장에서는 이제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적용되면, 많은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할 처지다. 유예 연장되지 않을 경우 ‘대책 없다’(57.8%), ‘고용인원 감축 및 설비 자동화 고려’(18.7%), ‘사업 축소 및 폐업 고려’(16.5%)하다는 조사 결과다. 중소기업은 사업주 역할이 절대적이어서 사업주가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받아 부재시 폐업 가능성이 크고, 근로자도 일자리를 잃게 될 우려가 크다.

특히 중소기업은 사업주가 대부분 실질적으로 사업장을 총괄·관리하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처벌받고 있다(근로자 사망사고 발생 시 7년 이하 징역). 이미 충분히 강한 처벌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중처법까지 무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중대재해 예방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이구동성이다.

6만 전문건설사업자들도 우선적으로 법을 준수하기 위한 기업의 역량이 갖춰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전문건설사의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실태에 대해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중 96.8%가 어떠한 대응조치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전문업계 현실이다. 이것이 중소기업계가 법 적용 유예를 필사적으로 외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다.

지난 2월 14일 중소건설단체 및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주최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에서 조인호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장(사진 오른쪽)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오마이건설뉴스
지난 2월 14일 중소건설단체 및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주최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에서 조인호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장(사진 오른쪽)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오마이건설뉴스

헌법소원 간 이유는 = 종합·전문·설비건설업계 등 중소기업들이 지난 1일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17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청구된 사건을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부적합 여부를 30일동안 심사하고 전원재판부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번 회부 결정은 헌법에 합치하는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라 볼 수 있다.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수는 중처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영세 중소기업, 중소건설사 및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무가 과도할 뿐만 아니라 용어가 모호하고, “1년 이상 징역” 등 강한 처벌로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 위배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위헌 여부를 따지고, 인용에 따른 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우선, 형평성이다. “지금 당장은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법 적용 대상인 대기업 및 중견기업은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현실은 다르다. 출산률 저하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와 더불어 중·소기업 취업기피 등으로 청년층 유입 감소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 뛰어난 안전관리 역량을 갖춘 인재들은 대기업으로 눈을 돌린다. 즉, 기업 규모별, 산업별 특성 등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법을 적용했고, 그에 따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또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는 것도 불공평하다. 안전 및 보건 확보는 어디까지나 예방책이지, 직접적인 사고 발생 원인이 아니다.”

두 번째는 모호성이다. “명확하지 않은 모호한 규정과, 포괄적인 표현들은 마치 사업주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듯하다.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ㆍ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 평가의 실시’가 그러하다. 하지만,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마치 자율성을 부여하는 듯 했던 모호한 규정들이 ‘미흡한 조치’로 지목하기 위한 근거로 탈바꿈하는 모순을 만들어 낸다.”

셋째,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이미 건설산업기본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영업정지, 하도급참여 제한, 과징금 등의 처벌을 규정해놨건만, 형법상 고의 범죄 행위에나 주어지는 하한형 징역까지 얹었다. 혹여나 사업주가 구속될 경우, 중·소기업은 하루 아침에 기업 존폐의 위기에, 임직원들은 실직 위기에 놓이게 된다. 즉, 중처법은 경영 활동의 위축은 물론, 고용시장 위축과 경제 저성장을 촉진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선장이 사라진 유람선은 부선장이 이끌어 나가겠지만, 사공잃은 배는 방치와 침몰만이 기다릴 뿐이다. ‘침해의 최소성’은 고사하고 최대의 침해 결과를 낳는 그야말로 대참사다.”

중소건설업계는 이구동성으로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가 과연 안전한 일터 조성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9월 말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건설업 사망사고는 총 235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8건 줄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74건에서 95건으로 21건(28.4%) 늘어난 반면, 50억 미만 사업장은 169건에서 140건으로 29건(17.2%)가 오히려 줄었다. 이미 통계상으로도 처벌 수위와 중대재해발생 간에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음을 여실없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들은 외친다. “처벌을 과중하는 엄벌주의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다. 높은 처벌만으로 법 위반 행위를 억제할 수 있다면, 우리 세상에는 왜 여전히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초가삼간을 다태우면, 벼룩은 잡을 수 있다. 그 앞을 내다봐야할 때다.”고...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사실상 중소기업계가 꺼내든 마지막 카드인 셈이라 그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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