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설계경쟁, 즉 기술경쟁의 요체인 대안발주 방식의 초대형 건설공사 입찰에서 설계담합 시도하려던 흔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대형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것도 국내 굴지의 대형건설사간에 공사비를 절감을 위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했다는 데에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턴키ㆍ대안방식의 발주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일고 있다.
이 고속도로 건설공사는 설계가격이 5,623억원으로, 지난해 발주된 토목공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며 설계와 가격평가 비중이 70대30인 가중치방식에 의해 낙찰사가 가려진다.
발주기관은 한국도로공사이다.
이 공사는 현재 설계심사를 앞두고 있으며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인 H사, D사, 또 다른 D사 등 3개사가 대표사로 참여해 뜨거운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 공사는 총 연장 12km중에 터널구간이 10.96km로, 국내 최장 도로터널로 기록될 I터널이 포함되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이 공사 입찰참여사인 H사, D사, 또 다른 D사는 설계도서 제출전에 약 600억원의 공사비가 추가되는 ‘서비스터널구간’을 설계에 적용하지 않기로 구두상으로 오고갔으나, 서로간에 믿음이 깨져 H사만 설계에 적용했다”며 “D사와 또 다른 D사는 이 사실을 가격입찰서와 대안설계도서를 제출한 뒤에 알아 상당히 당황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설계담합이 미수로 그친 결정적 이유에 대해 “3개사간 설계담합을 합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합의가 깨진 것은 아니고, (설계담합)서로 그런 이야기 오고가고 했는데 다만 결론을 못 내린 상태였다”며 “당시 D사와 또 다른 D사는 남해고속도로 턴키입찰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D사와 또 다른 D사는 H사에게 남해고속도로 입찰이 끝나고 구체화하자고 제의했으나 H사입장에서 ‘이거 뺑끼치는 구나!’하는식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서로간에 믿음이 깨져 미수로 그쳤다”고 밝혔다.
‘서비스터널구간’은 터널 화재발생시 차량이 대피할 수 있도록 양방향터널 가운데에 또 다른 피난터널의 역할을 하는 방재터널을 말한다.
이 서비스터널구간을 설계에 적용할 경우 약 600억원의 공사비가 추가되는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시공사입장에서는 그 만큼 적자공사를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현재 H사만 이 서비스터널구간을 설계도서에 적용했으며 D사와 또 다른 D사는 일반 방재시스템을 설계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D사와 또 다른 D사 관계자들은 ‘서비스터널구간’에 대해 뒤늦게 유지관리비가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과투자시설이고, 실효성이 희박하다는 논리전개와 함께 설계담합 시도에 대해 ‘사실무근임’을 분명히 했다.
D사 담당임원은 “설계담합 이야기는 말도 안되는 사실무근이다”고 말하고 “우리도 서비스터널을 설계에 적용할려고 검토했으나 유지관리비가 많이 소요되는 등 실효성이 적어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H사 담당임원도 설계담합 시도의혹과 관련 “그러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600억원의 추가건설비는 부담스런 부분이기는 하지만, 최장터널에 국내 첫 시도라는 점에서 향후 600억원 이상의 유ㆍ무형 자산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타 경쟁사의 저가설계와는 상대가 안된다”며 “이 시스템은 터널 화재시 완벽한 안전모드 시스템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턴키 및 대안방식의 입찰에서 담당 임원들간에 서로 잘 알고 있고 컨소시엄 구성 등 수시로 접촉하는 등 여러 가지 정황을 감안할 때 전혀 설계담합 시도의 개연성이 없지는 않다는 게 건설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 사실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 고속도로 건설공사입찰에 직접 관련이 있는 업계 관계자의 입에서 이 같은 (설계담합 시도) 증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물론 턴키ㆍ대안입찰 방식에 큰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이다.
특히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기술경쟁 입찰제도 확대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국내 굴지의 대형건설들이 이번 사태의 주인공들이라는 점이다.
자칫 가격담합이 아닌 기술경쟁담합 시도로 인해 턴키ㆍ대안공사가 설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마져 돌고 있다.
최근 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가격경쟁방식(최저가낙찰제)를 전면시행하고, 턴키발주를 중단”하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단체)그들에게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는 게 건설업계 안팎의 질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은 턴키ㆍ대안발주 방식에 대한 수백개의 개선안이 모두 무의미함을 입증하는 것이고, 턴키대안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다”며 “형사범에 해당되는 살인미수, 강도미수 등 각종 미수(未遂)범의 경우 법의 처벌을 받는 것처럼 미수도 아주 중대한 범죄행위이자, 불법행위이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건설공사의 대안설계도서에 대한 심의는 오는 15일로 일정이 잡혀있으며, 심의후 가격개찰 등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담합의혹설까지 나돌고 있어 가격개봉후 낙찰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오마이건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