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건설업계를 떠들썩했던 부실기업 퇴출 바람이 龍頭蛇尾(용두사미)로 끝날 판이다.
19일 현재 부실 건설사에 대한 주채권은행의 옥석 가리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1~2개 건설사가 퇴출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은 지난 16일까지 92개 건설사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마치고, 일단 건설사 10~12개사에 대해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을, 그리고 건설사 1~2곳에 대해 퇴출대상인 D등급을 부여하고, 최종 등급 결정을 위해 막바지 조율단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늦어도 오는 23일까지는 최종 구조조정 대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신용평가전문기관인 한국신용평가가 자체 분석한 ‘건설사 신용위험 평가 분석 결과’에 따르면 94개 대상 건설사 중 워크아웃 기업(C등급)은 13개사, 퇴출기업(D등급) 3개사로 예측했었다.
최종 결과는 오는 23일 확정ㆍ발표될 예정이지만, 이에 대한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다.
건설 산업계 한 관계자들은 “요란법석을 떨었던 부실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아주 ‘특별한 음식’이 차려졌지만 은행들의 몸 사리기, 그리고 대상 구조조정 대상업체들의 로비 등으로 그 본질이 퇴색되었다”며 “결국 부실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켜 경제도 살리고 정부가 말하는 ‘옥석가리기’이라는 ‘묘약’을 통해 ‘경쟁력있는 기업을 살리겠다’는 취지가 무색해 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구조조정이 지연됨에 따라 일부에서는 ‘구조조정을 하겠느냐’, ‘자꾸 부실기업을 지원하고 살리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당국의 정책방향이 자꾸 혼선을 초래했다는 것에 기업들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달 9일 금감위는 구조조정에 대해 “기업살리기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고, 정부도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대주단 협약에 가입만하면 1년간 채무를 연장해 주는 등의 조건으로 대주간 가입을 압박했었다.
그러나 금감위는 지난달 23일 “경기상황이 안 좋아 없앨 기업은 확실히 없앴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처럼 금융권 및 정부당국의 정책혼선, 주거래은행들의 몸 사리기 등으로 구조조정이 늦어지면서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의 로비도 동원되는 혼선을 야기시켰다.
한 전문가는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그 본질이 퇴색되면 될수록 우리 경제의 회복속도는 늦어진다”며 “무엇보다 부실기업들이 모든 체력을 소진하고 파산할 경우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했을 때보다 비용이 휠씬 더 많이 소요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부실기업이 방치됨에 따라 금융권도 부실문제가 악화될 경우 우량기업들마저 자금지원이 끊어져 동반부실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제가 배부르면 개혁(부실기업 정리)는 힘들다”며 “지금이 과감한 부실기업 정리의 적기이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평가결과 CㆍD등급 기업들은 ‘감독당국과 은행권의 평가 결과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향후 이를 둘러싼 잡음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편 금감위와 정부당국은 주채권은행의 건설사 및 조선사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대해 예상보다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금융권에 요구하면서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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