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건설뉴스-이유진기자] 지난해 건설기계대여금 지급보증을 의무화한 ‘건산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국토교통부에 위임된 사항인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입법예고안이 발표됐다.
이 제도의 취지가 건설업자의 경영악화, 부도 등으로 건설기계 대여금 체불사례를 방지하고자 건설기계업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효성 논란으로 이미 한차례 언급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서는 지난해 3월 건설기계대여금 지급보증 도입안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하도급업체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준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기계장비업자들의 대변인 격인 대한건설기계협회의 한 관계자는 “시장의 관행이 이렇다 저렇다 해서 보증서를 떼어주지도 않고, 계약 자체를 꺼려하는 상황에서 과연 시장의 관행이 무엇 이길래, 도대체 어떠길래”라며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한, “대한건설협회나 전문건설협회 측도 회원사들에게 충분히 홍보를 하고 있고, 개선의 의지가 엿보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실효성이 1~2% 내외”라며 “이것은, 하도급지급보증의 실효성이 50%를 육박하는 것에 비해 터무니없는 수치”라고 전했다.
실질적으로 전문건설업계는 보증사고가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기계보증을 많이 안하다 보니, 평가가 좋은 업체들만 보증을 해주므로 사고율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증수수료 때문에 공사원가가 올라가는 것에 대해 많은 비용이 투하되는 것을 그리 반가워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법에 명시돼 있는 상황이라 기획재정부도 딱히 조치를 취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계장비업자들의 입장에서는 제도 시행이후, 과도기적 시간이라고 하나 이 제도가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되기를 바라고 있다. 어쨌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진 법인데 효력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등한시 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이러한 체계가 대신 발주자 혹은 원수급자와 직불을 한다면, 사실상 이 제도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지극히 단순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제도가 ‘건설산업기본법’으로 규정돼 있다 보니, 업체들이나 큰 협회에서도 건산법을 거들먹거리며 하청구조에서 계단식으로 지급될 수 밖에 없는거 아니냐는 소리를 해댄다. 결국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제도를 따라가게 되는 꼴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에 따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대한전문건설협회 측과도 수차례 회의도 거치고 논의도 했지만, 국토부나 기재부의 입장을 제대로 들은 바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며 “건산법의 규제로 인해 정작 장비업자들은 제3자로 취급되고 하청간의 거래라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고 일침했다.
건설산업은 수직적 생산체계로 하도급을 통해 공사가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건설생산체계에서의 하위단계에 포함돼 있는 집단에 대한 보호는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건설기계대여대금 지급보증 제도의 필요성은 존재하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실제 그 취지와 의도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높은 리스크로 인한 높은 수수료 책정이나, 수수료를 감안해 공사원가에 포함시켜 줄 책임을 회피하는 발주처나, 건설사들의 비용절감을 위해 나서야 할 국토부나 기재부의 입장 어떠한 것 하나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는 현 실정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 제도가 건설업자와 건설기계대여업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법안이 될 수 있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유명무실한 제도의 실효성 개선방안으로 마련된 건설산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으로 건설공사와 관련한 수급인 또는 하수급인이 건설기계 대여업자에게 건설기계대여금 지급보증서를 정당한 사유 없이 미교부할 경우 발주자 또는 수급인이 건설기계 대여업자에게 건설기계대여금을 직접 지급토록 해 건설기계 대여업자의 불이익을 방지하고자 하는 안(제32조 제4항)이 23일 상임위원회에 통과됐다.
이 일부개정안은 오는 5월 중순이면 공표가 되고, 6개월 뒤인 11월이 되면 시행될 계획이다.
그동안의 기재부의 입장은 왜 발주자가 보증수수료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 대해 반발을 해왔다. 외국의 경우 발주자가 발주시 예가기준으로 초과할 경우에도, 미달되는 경우에도 가능토록 예가를 잡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예가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발주할 수 없다.
하지만, 발주자가 내역서를 작성할 때 이미 일반경비를 포함한 보험료, 수수료가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업체가 직접 내역서를 작성한다 하더라도 결국 수수료가 포함된 총 가격이므로 업체를 대신해서 발주자가 이를 담당하는 것이다. 이는 임의조항이 아니라 법적으로 의무화 된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재부는 공기연장, 발주자의 책임 귀책으로 인해 비용이 추가되는 부분에 대해서 예산에서 보상해줘야 하는데 지급예산이 부족하다. 따라서 현재, 비용절감을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검토하다보니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까지 오게 된 것이다.
어쨌든, 2차 협력사들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이 제도의 취지에 맞게 하도급대금, 건설기계 대여대금 등을 상습적으로 체불한 건설업자의 명단을 공표토록 하고, 시공능력 평가 시 상습체불건설업자의 체불 이력을 반영해 상습체불건설업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안(제86조의4)이 신설됐고, 건산법의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데에는 기계보증에 대한 실효성 방안의 후속조치로 제안하고 있다.
결국, 건설산업의 수직적 생산체제의 특성상 문제 시 되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지속적으로 충분히 논의돼야 할 점이며, 새롭게 시행되는 개정안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